1100원짜리 간장밥 (낚시는 아님)

2015년에 먹었던 1100원짜리 학식에 대한 리뷰입니다. 일단 사진부터 보겠습니다.

당연히 학생식당에서 1100원짜리 메뉴를 팔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1100원짜리 메뉴가 가능했습니다.

 

어떻게 가능?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하자면 당시에 학생식당에서 공기밥 단품을 500원에 팔았습니다. 500원짜리 식권을 끊어서 공기밥 한 그릇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삶은 달걀 2개를 600원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김치와 국이 무한 리필이었고, 국은 콩나물국, 북어국, 된장국, 미역국 등 매일매일 종류가 변경되었습니다.

간장을 비롯한 각종 양념도 있었습니다. 학식에서 만두를 팔았는데, 그 만두에 찍어먹는 만두용 간장도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이 만두용 간장에는 깨와 파 등 고명이 있었습니다. (사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냥 생간장은 아니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외에는 고춧가루, 소금 등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방식을 조합하여 공기밥 + 삶은 달걀 2개를 결제한 뒤 무료 제공되는 반찬으로 김치와 국을 받아옵니다. 공기밥에 간장과 달걀 1~2개를 으깨 넣고 비비면 간장계란밥을 1100원에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더 궁상을 부려서 삶은 달걀 2개를 한 개씩 이틀에 나눠서 먹는다면 한 끼에 800원으로 먹는것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메뉴를 어느 날 실천해 보았습니다.

 

결론

맛도 별로고 무엇보다 비참하다

사실 이게 먹을 만하면 재학 중 식비를 정말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지만, 한 번 식사한 뒤엔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계란과 간장이라는 우수한 재료가 있어 맛없을 확률이 높지 않았으며, 반찬으로 김치와 국까지 제공되는 이론적으로 한끼 식사로 충분한 구성이었습니다. 만…

결고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비벼먹을 기름(참기름/들기름)이 없어 간장과 밥이 조화가 잘 안되서 간장맛이 지나치게 강조됩니다.
    • 제공되는 양념중에 기름은 없었습니다.
    • 기름이 생각보다 간장계란밥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 아마 양념 중에 기름이 있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 삶은 달걀이기 때문에 계란후라이에 비하면 맛이 떨어졌습니다.
    • 당연한 말이지만 간장계란밥에는 계란후라이(특히 반숙)가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 완숙 달걀이었기 때문에 노른자 반숙으로 조화시키기도 어려웠습니다.
  • 제공되는 국이 종류 불문하고 맛이 없었습니다.
    • 국이 무료로 제공되는 사이드 메뉴이다 보니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일반 급식에 비해 낮았고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간장계란밥에서 플러스 요소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딱히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부가적으로 기본 공기밥용 밥그릇에 간장과 계란을 넣고 비비기가 불편한 점 등도 있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먹어보고 평가해보면, 첫 날 먹은 것도 딱히 맛이 없는데 만약 식비를 아끼기 위해 이것을 일주일 내내 먹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니 정말 한심하고 비참해졌습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런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삶이 의미가 있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게 지금은 고물가때문에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당시 학생식당에서 메인 메뉴를 2400~2800원 정도에 팔고 있었습니다. 당시 해당 학생식당은 학생들 사이에서 맛집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많았으며 메인 메뉴도 요일마다 종류를 달리해서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제공하는 양도 풍부했고 리필해달라고 하면 약간의 리필도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2천원 아껴보겠다고 그런 유사 간장계란밥을 매일 먹을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이유로 딱 한번 시도하고 그 이후는 그냥 메인 메뉴를 사 먹는게 낫다고 판단하여 이 조합은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외 시도들

이 간장계란밥 말고도 식비를 아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인간사료라는 것이 유행해서 누네띠네 같은 과자를 인터넷에서 벌크로 파는데 그것으로 몇달을 버텼더라 따위의 카더라가 유행해서 저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자취생활에 도움이 될 까 싶어서 누네띠네 벌크를 구입해서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맛있었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질린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는 이걸 몇주동안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지고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본 끝에 내린 결론은

아무리 돈이 없어도 먹을것만큼은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먹고싶은 양만큼 지르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잘 먹고 살아야 합니다.

문의 | 코멘트 또는 yoonbumtae@gmail.com


카테고리: Diary


0개의 댓글

답글 남기기

Avatar placeholder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